‘정치에 휘둘린’ 워커힐 카지노 - ⑩‘카지노 신화’ 창조한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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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휘둘린’ 워커힐 카지노 - ⑩‘카지노 신화’ 창조한 전설

매니저 기자 0 557 0 0

파라다이스 그룹은 1970년대 후반 워커힐 카지노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현대사의 분수령이 된 1979년 10.26과 12.12를 거쳐 1980년 신군부가 집권하는 격동의 시대를 맞게 된다.

군부독재 타도와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1987년 ‘6.10 항쟁’이후 전두환 대통령 시대가 가고 이듬해 노태우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카지노 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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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초기 워커힐 카지노 전경 


노태우 정부는 규제완화 정책을 빌미로 제주도에 카지노 다섯 곳을 추가로 허가했다.

일본인이 물밀 듯 몰려오는 제주도에 카지노를 여러 개 개장하면 더 많은 외화를 벌어들일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을 수용해 카지노 허가를 남발한 것이다. 이때부터 제주지역 8개 카지노는 적자생존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편 노태우 대통령과 사돈 관계였던 선경그룹은 주변의 시샘과 부러움을 받았다.

탈 없이 마냥 잘 나갈 줄 알았던 선경 소유의 워커힐카지노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 곪아가게 된다.

워커힐 카지노에서 일본 VIP 고객들에게 칩으로 먼저 대출해 준 뒤 일본지사에서 돈을 상환 받는 일이 잦았는데 이런 돈들이 회계처리에 차질을 빚으면서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워커힐 카지노의 탈세규모는 1993년 국세청 세무조사결과 최소 수백억 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 되었다.

선경은 정유사업과 이동통신사업으로 이미 대기업이 된 마당에 골치 아픈 카지노를 더 이상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노태우 정권이 1993년 2월이면 종료되는데 ‘사돈기업’의 프리미엄도 없어지기 때문에 워커힐은 ‘황금알을 낳는 기업’에서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한 셈이다.

이에 따라 선경은 ‘카지노의 선각자’ 전락원 회장에게 좋은 조건으로 워커힐 카지노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고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워커힐 카지노를 운영해온 파라다이스 말고는 인수할 능력을 갖춘 업체가 국내에는 없었다.

그렇지만 당시 워커힐 인수가 자신에게 ‘독이든 성배’가 될 줄을 당시 전 회장은 꿈에도 몰랐다.

카지노와 호텔 경영 외에도 전락원 회장은 예술에 조예가 깊고 사교성이 뛰어난 탓에 국내외를 불문하고 주변에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언론계의 경우 조선일보 방우영 회장이 대표적 이었고, 방송인 김동건, 영화배우 김지미, 이어령 전 문체부장관, 김재순 전 국회의장, 김주영 작가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마당발로 유명한 전 회장은 대한스키협회 회장, 대한올림픽위원회 상임위원, 주한 케냐공화국 명예 총영사에 임명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국내 유력 언론사주 가운데 한 명인 A씨는 자신은 외면하고 전락원 회장이 조선일보 방 회장과 어울리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 언론사 사주는 공교롭게도 노태우 정부시절 ‘슬롯머신의 대부’로 알려진 정덕진·덕일 형제와 호형호제하면서 서로의 후견인으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1993년 2월 김영삼 정권이 출범하자 개혁의 사정 회오리가 몰아쳤고, 조직폭력배와 줄줄이 연결된 슬롯머신 업계가 1순위 타깃이 되었다.

슬롯머신 업계에 사정당국의 칼을 들이대자 당시 막강한 언론사 사주인 A회장은 정권 고위층을 만나 전락원 회장의 파라다이스를 함께 정리해야 한다고 ‘제보’했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언론사 임원출신의 한 인사는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그는 사건 당시 검찰출입 기자였다.

“국내의 대표적 언론사 대표인 A씨는 파라다이스 전락원 회장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조선일보 방우영 회장이 전회장과 자주 어울려 만나는 것을 알고 있는데 자신을 빼놓는 것에 괘씸하게 생각하고 기회를 엿보았다.

그런데 김영삼 정권이 들어선 뒤 검찰에서 슬롯머신 업계의 대부라는 정덕진·덕일 형제와 정치권 및 조직폭력배를 수사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는 정권 고위층을 만나 ‘슬롯머신 비리를 카지노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전락원 회장의 탈세규모가 엄청난데 그 걸 잡아야 정권이 제대로 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제보를 했다.

말하자면 전락원 회장 죽이기에 언론사 사주가 나선 것이다. 자신에게 ‘미운털’이 박힌 전락원 회장을 이번 기회에 보내버릴 작정을 했고 그것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당시 선경에서는 워커힐 카지노의 탈세 문제를 고민하다가 전락원 회장에게 매각하면서 골치 아픈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했다. 그러나 인수 당시 전락원 회장은 이런 문제를 제대로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과 검찰에서 세무책임자인 선경 관련자를 조사해 확인했으면 전락원 회장이 인수하기 전 발생된 탈세였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때로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카지노를 매각한 선경에는 문제가 없고 이를 인수해 운영하던 파라다이스에게만 책임이 지워졌다.”

그러나 전락원 파라다이스 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언론사주 간의 주도권 쟁탈전 때문에 생겼다는 주장도 있다.

평생을 카지노 업계에서 보낸 이 인사의 증언을 들어본다.

<조선일보 방우영 회장은 파라다이스그룹의 전락원 회장과 상당한 친분을 갖고 있었다. 자주 만나 어울리고 친분을 가졌지만 조선일보는 ‘친 파라다이스’ 성향은 아니었다.

김영삼 정권이 들어서자 전체 13개 카지노 가운데 특정기업이 5곳이나 갖고 있는 것은 특혜라며 시비를 거는 언론도 있었다. 특히 유력 언론사 사주로 알려진 A씨는 슬롯머신 업계 대부로 알려진 정덕진씨 형제의 후견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전국의 관광호텔에서 슬롯머신 사업이 호황을 누렸다. 수익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자 조직폭력배가 지분을 나누며 슬롯머신에서 기생하는 상황이었다. 정권 출범과 동시에 검찰에서 슬롯머신 업계의 대부라는 정씨 형제를 본격 수사하자 언론사 사주 A씨는 안달이 났다.

A씨는 분명 조선일보 방 회장이 주도해 슬롯머신에 대한 손을 보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언론사 사주 A씨는 복수를 결심했다.

그는 덩치가 훨씬 큰 카지노를 손 봐야지 구멍가게 수준의 슬롯머신만 손을 대는 것은 잘못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래도 조용하자 일부 언론에 이러한 문제를 계속 제기하도록 해서 결국 탈세문제로 검찰과 국세청이 칼을 들이대게 하였다. 김영삼 정권 들어 시작한 슬롯머신과 카지노 수사는 사실상 유력 언론사 사주들의 파워게임이었다.” 


당시 서울지검 특수부 홍준표 검사가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했다. 그는 이 사건 수사를 계기로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세를 타며 나중에는 정치권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정덕진·덕일 형제가 슬롯머신 사건으로 구속되고 ‘6공화국 황태자’로 알려진 박철언 의원, 중앙정보부 기조실장 출신의 엄상탁 병무청장, 이건개 대전지검장 등도 추가로 구속되었다.

슬롯머신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는 와중에 카지노 업계로 ‘사정한판’ 불똥이 튀었다.

<카지노 업계에 대한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가 한창이다. 추경석 국세청장은 “성역 없는 세무조사를 실시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6월 15일에는 유화열씨 등 카지노 관련자 16명에 대한 출국규제 조치가 내려졌다.

카지노 업계가 국세청 세무조사에까지 이르게 된 발단은 검찰이 슬롯머신 사건을 대대적으로 수사하자 정덕진씨의 동생 덕일씨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카지노가 코끼리라면 슬롯머신은 비스킷에 불과하다”고 말해 카지노를 둘러싼 의혹은 증폭되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한창이던 6월 15일 유화열 인천 오림포스호텔 회장은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오림포스 관광사업 사무실에서 월간조선 기자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나는 6.25전쟁에서 부상당한 상이군인이었다. 제대 후 군납과 미군부대 용역사업 등을 통해 상당한 돈을 벌었다. 인천 오림포스호텔 사업이후 박정희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카지노를 개장했다.

외국에 돈을 빼돌린 일도 없고, 탈세한 일도 없다. 언론에서는 카지노 업계가 마치 큰돈을 빼돌리고 탈세하는 것처럼 보도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세간의 탈세의혹과 재산해외 도피, 정치권과의 유착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월간조선 1993년 7월호 유화열 독점 인터뷰에서>

유화열씨의 인터뷰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은 그해 8월 27일 특별세무조사결과 파라다이스와 인천 오림포스호텔 카지노에 대한 수입금 누락, 탈세 등을 발표한 뒤 유화열씨 등 관련자 7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발혐의는 조세범죄처벌법과 특가법 위반 등이었다.

전락원 회장은 카지노 탈세사건 수사당시 한국관광협회 회장 자격으로 1993년 5월 하와이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관광협회 총회’에 한국 대표로 참석해 있는 바람에 그나마 화를 면했다.

그러나 파라다이스에 대해 거액의 탈세혐의로 수사가 시작되자 하와이에 머물던 전락원 회장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3년 3개월간 해외에 머물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 펜클럽 한국본부 회장을 최장수 기간 동안 역임(1983~1991)하고 1970~1990년대 대한민국 문단을 대표했던 전숙희씨(2010년 별세)는 전락원 회장의 누나이다.

펜클럽 한국본부 회장시절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 맞춰 서울에서 국제펜대회를 유치하는 저력을 발휘한 인물이다.

그는 2007년 펴낸 자전적 에세이 ‘자전적 문우들 속에서 나의 삶은 따뜻했네’에서 동생 전락원 회장의 장기 해외체류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통일원 장관 초청 세미나에 참석한 1993년 12월 14일 이홍구 부총리가 ‘제씨(전락원 탈세사건) 문제 이제는 다 해결됐지요’한다. 부총리는 현실을 너무나 모르는 소리다. 게다가 외국에서 안 돌아오는 것도 본인 의사인 줄 아는데 놀랐다.>

전숙희씨의 당시 일기는 1993년 5월부터 시작된 전락원 회장의 해외체류가 본인 의사가 아니라 정권이나 권력기관에 의한 것임을 말해주는 대목으로 분석된다.

한편 전락원 회장이 2004년 11월 3일 향년 77세로 별세하자 주변에서는 매우 안타까워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언론인은 “전락원 회장이 수년간 지병으로 고생하다 2004년 11월 사망한 것은 3년 3개월의 해외 체류 탓이다. 그는 오랫동안 지병으로 미국의 병원에서 요양을 받다가 2004년 5월 귀국했으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는 바람에 사망했다. 김영삼 정권 초기에 진행된 사정한파 당시 모 언론사와의 파워게임에 희생된 사례다. 국내 카지노 산업의 선각자를 정치적 보복으로 삼은 것은 매우 잘못된 일로 평가할 것이다. 그러한 정치적 탄압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인데 안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1990년대 초반까지 ‘슬롯머신 업계의 대부’로 알려진 정덕진(76)씨는 지난 5월 서울 순천향대병원에서 위암으로 사망했다.

1993년 슬롯머신 사건이 세상을 시끄럽게 했지만 정씨는 1심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받았으나 2심에서는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1996년 8.15광복절 특사로 사면, 복권되었다. 정씨가 석방된 뒤 1년도 지나지 않아 사면 복권된 것은 정치적으로 특별한 사연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파란만장한 삶을 산 그는 서울사대부고를 중퇴하고 15살 때부터 암표장사를 하며 돈을 모아 회전호텔 등 5개 호텔과 9개의 슬롯머신 영업장을 운영하며 상당한 재력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슬롯머신 사업이 한창일 때 범서방파 두목인 김태촌(2013년 사망)과 인연을 맺고 활동비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후 그는 슬롯머신 사업에서 손을 뺀 뒤 제주 신라호텔 카지노를 인수하고 제주에서 리조트 사업을 펼치다가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서울지검 특수1부(부장 박주선)주도로 진행한 슬롯머신사건에 앞서 1990년 노태우 정부 ‘범죄와의 전쟁’ 수사를 진행한 함승희(현 강원랜드 사장)검사의 수사기록도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태우 정부는 1990년 10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래 2년간 조직폭력 274개 파를 색출하고 1421명을 검거, 이 가운데 1086명을 구속하는 개가를 올렸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일선에서 범죄와의 전쟁을 진행하던 경찰은 126명이 순직했고, 220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그만큼 범죄와의 전쟁은 잡는 자와 쫓기는 자들과의 사투가 치열했음을 방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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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예원예고 기공식장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전락원 회장 


함승희 전 서울지검 검사의 회고.

“1990년 10월 13일 노태우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서울지검 특수부에 근무하던 당시 범죄와의 전쟁 선포로 날개를 달았다. 수사를 통해 용팔이 사건의 주범인 용팔이를 중심으로 한 조폭들을 대거 구속했다.

또 김영삼 정권이 들어선 뒤 동화은행장 비자금 수사에 나섰다. 월계수회를 만든 박철언 의원을 타깃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안영모 동화은행장이 월계수회 간사일을 보며 돈줄 역할을 했다. 그러나 홍준표 검사가 진행하던 슬롯머신 사건으로 박철언 전 의원이 구속되면서 흐지부지 됐다.

특히 정치자금 수사과정에서 금융위원장을 지낸 뒤 국회 재경위원장을 맡아 정치자금 조달 역할을 하던 이원조 의원 관련 정황이 나왔다. 현직 대통령의 선거자금이 연결되는 순간 이원조 의원을 지병 치료를 핑계로 일본으로 출국했다. 해외출장 후 서산지청장 발령이 났다. 정치자금 수사가 묻히고 말았다.”

당시 홍준표 검사가 존경하는 유일한 선배검사로 함승희 검사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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